빈잔의 자유(詩集)

해우소解憂所

湖月, 2018. 10. 13. 14:41



해우소解憂所



보덕사 절간에서 만난 해우소

백 살이 넘어 뼈대가 앙상하다

늙은 제 한 몸 지키기도 어려울 텐데

사소한 이별도 큰 근심도 다 해결해주느라

긍긍전전 전전긍긍이다

표정 없이 앉아 있는 것 같아도

이녁도 구린내 지린내 고역이란 걸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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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도 떼버리고 문짝도 활짝 열어놓고

벽에 구멍 뚫어 콧구멍 밖으로 대고 있는 걸 보라

남의 근심 풀어 주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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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부처가 다 된 해우소

백 년이 넘도록 한자리에서 무던히 앉아있다

그동안 근심을 풀고 간 중생은 극락왕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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