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난 / 안행덕
손님 접대용 화분 하나
문학 행사에서 만난 거장들의
비까번쩍하는 이름표를 달고
날아갈 듯 화려하게 웃으며
거만하게 고개 끄덕이며 으스대더니
그날 이후 베란다에 내몰려 시들어진 너
잠시 잠간 꿈같은 날을 찾아
슬픈 몸짓으로 창밖 풍경에 매달리네.
것만 반지레한 호접난처럼
향기 한 방울 없는 까칠한 내 생
본디 없던 향주머니 꿈을 꾼다고 생길까만
그래도 나만의 주제를 키우고 싶네
난초가 나비의 꿈을 꾸듯이
이순에 어설픈 날개 하나 달고 싶다네
창을 열고 훨훨 날고 싶다는 생각에
나비 날개 닮은 꽃잎 하나 피우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