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임자
이윤숙
도리깨가 공중돌기로
사내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사내가 쓰러지고
바싹 마른 주머니가 솟구치며 털린다
여름내 땡볕에서 품팔이한 쌈짓돈
비 맞은 날에도 바람맞은
날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 모은 돈
닳아 동그랗게 말린 돈
속이 타서 까맣게 쩐 돈
뼈가 부서지도록
움켜지지만 속절없이
도리깨 손바닥에 돈이 다 털리고 있다
사채보증으로
전답 다 팔아넘긴 아버지 본적 있다
부러지고 찢어지고
월세방이 깻대처럼 버려졌던 날
아버지 눈물 같은 돈
나는 시퍼런 깔판 위에 소복하게 쌓인
돈다발을 채로 걸러 자루에 담았다
한 줌 쥐어 주르륵 세어보는
향긋한 아버지 땀 냄새가 뼛속 깊이 스민다
- 2017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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