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多人 室 풍경 / 안행덕

湖月, 2012. 3. 8. 16:43

 

 


 多人 室  풍경 / 안행덕

 


대학병원 32병동 30호실

생의 아픔들 주섬주섬 들고 모여든 그들

제 각각의 사연으로 얼룩진 상처를

시트 위에 하얗게 풀어놓고

자화상에 음표를 침묵으로 그린다


인생(人生) 여정의 누추한 골목

마른 풍경이 몸부림칠 때마다 새어나오는 절규

신열에 들뜬 노을이 점점 흑(黑)빛으로 변해 가는데

말이 없는 비상 전구, 태초의 생명인 양 꺼지지 않는다


유배지의 포로 되어 기둥에 묶인 링거 병

절벽의 조난자는 그 생명줄에 매달려

푸석한 눈꺼풀로 끔뻑일 때마다

병아리 눈물만큼 떨어지는 생명수에 목이 마르다


예고 없는 바람은 병실을 흔들고

지친 숨결이 풍장처럼 야위어 갈 때

사막의 분진 같은 삭막한 몸짓으로

자지러지는 생(生)을 깨워 돌아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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