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 / 안행덕
세상살이 텁텁하고 갈증이 날 때
뒷산을 오르면
휘파람 불며 나를 반기는 바람
바람의 손짓 따라
다람쥐 타다닥 두들기는 심벌즈 소리
플루트처럼 칭얼대는 계곡 물소리
해금을 켜는 듯 새들의 날갯짓 소리
숲 속의 협주곡에
덩달아 나는 어깨 들썩인다
산들바람 나뭇잎 책장을 차르르 넘기면
속독을 시작하는 산새들
글 읽는 소리 제각각이다
도토리도 따라
툭툭 바닥에 문장을 새기면
들꽃들도 뒤질세라 한들한들
온몸으로 글을 읽는데
나도 따라 고개를 끄덕인다
숲과 바람과 나는
어느새 한통속이 되어
은빛 밀어를 나누고 있다
가을 여자 / 안행덕
성가시게 보채는 가을 바람에
마지못해 떨어진 낙엽
징징대며 구르는 소리에
기약 없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추억처럼 쌓인 낙엽
골짜기마다 전설처럼 흩어지는데
한때는 잊으리라 한, 다짐
훌훌 털고 찾아오시려는지요.
살짝 스치는 바람 한 점에도
귀 기울이는 문풍지처럼
화르르 떨며
잊었던 임의 숨소리 기억해 내서
그리움 하나 품게 하는 이 가을
숫처녀 가슴처럼
봉곳한 벼랑 아래 나루터
길손을 기다리는
외로운 저 쪽배처럼
오늘도 잠방대는 그리움에 떠있는 여자
월간 모던포엠 2012년 9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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