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난타 / 안행덕
타다닥 장대비, 두 팔 들어 휘몰아친다
굵고 둥글게 가슴을 때리는 선율
드럼채처럼 세상을 두드리는 저 투명한 손
두드림의 손끝에서 슬픈 영혼 하나 만났을까
후두둑 떨어지는 저 간절한 눈물
넓은 연잎도 작은 풀잎도 공손히 받는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아는지
연못 속의 개구리도 목청을 높인다
연초록 바람의 지휘봉이 절정이다
한바탕 난타를 즐기던 장대비
서로서로 위로하듯 모여 흐르는 물소리
막 내리는 무대아래 관중의 박수 소리다
바다야 말하라 / 안행덕
너보다 더 푸른 청춘을 삼킨 바다야
푸르렀던 그 이름들을 아느냐
동강난 조국을 수호하겠다고
서해를 사수하던 꽃다운 청춘아
한 줄기 빛도 없는 깊고 깊은 심해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거기 있었더냐
별처럼 빛나는 나이, 할 일도 많은데
누구를 위하여 내일의 꿈도 접고
흠뻑 젖은 몸으로 잠들어
온 세상을 비통하고 참담하게 하느냐
소리 없이 무너지는 수많은 가슴
조각조각 피가 마르는 게 보이지 않느냐
바다는 말하라
너는 알고 있지 않으냐
너는 보았지 않느냐
자지러져 하얗게 쓰러지는 너
너도 답답해 철썩 철~얼썩 바위를 치며
속울음만 울지 말고 말을 하여라
바다야
속 시원하게 말을 해다오
여우비 / 안행덕
지나가는 비에 옷 젖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처럼
갑자기 밀려드는 설움
주체하지 못하고
확 쏟아지는 눈물처럼
그렇게
하늘도 그런 날 있나 보다
인생도 사랑도 청춘도
갑자기 쏟아지는
한여름 날의 소나기
하늘도 나를 닮아
갑자기 변덕스러워지고 싶은
그런 날 있나 보다
2012년 계간 문학광장 여름호 36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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