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여름날의 난타

湖月, 2012. 6. 21. 18:30

 

 

 

여름날의 난타 / 안행덕



타다닥 장대비, 두 팔 들어 휘몰아친다

굵고 둥글게 가슴을 때리는 선율

드럼채처럼 세상을 두드리는 저 투명한 손

두드림의 손끝에서 슬픈 영혼 하나 만났을까


후두둑 떨어지는 저 간절한 눈물

넓은 연잎도 작은 풀잎도 공손히 받는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아는지

연못 속의 개구리도 목청을 높인다


연초록 바람의 지휘봉이 절정이다

한바탕 난타를 즐기던 장대비

서로서로 위로하듯 모여 흐르는 물소리

막 내리는 무대아래 관중의 박수 소리다  


 

바다야 말하라 / 안행덕



너보다 더 푸른 청춘을 삼킨 바다야

푸르렀던 그 이름들을 아느냐

동강난 조국을 수호하겠다고

서해를 사수하던 꽃다운 청춘아

한 줄기 빛도 없는 깊고 깊은 심해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거기 있었더냐

별처럼 빛나는 나이, 할 일도 많은데

누구를 위하여 내일의 꿈도 접고

흠뻑 젖은 몸으로 잠들어

온 세상을 비통하고 참담하게 하느냐

소리 없이 무너지는 수많은 가슴

조각조각 피가 마르는 게 보이지 않느냐

바다는 말하라

너는 알고 있지 않으냐

너는 보았지 않느냐

자지러져 하얗게 쓰러지는 너

너도 답답해 철썩 철~얼썩 바위를 치며

속울음만 울지 말고 말을 하여라

바다야

속 시원하게 말을 해다오

 

 

여우비  / 안행덕



지나가는 비에 옷 젖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처럼

갑자기 밀려드는 설움

주체하지 못하고

확 쏟아지는 눈물처럼

그렇게

하늘도 그런 날 있나 보다


인생도 사랑도 청춘도

갑자기 쏟아지는

한여름 날의 소나기


하늘도 나를 닮아

갑자기 변덕스러워지고 싶은

그런 날 있나 보다

 

 


2012년 계간 문학광장 여름호 36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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