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감기

湖月, 2006. 5. 23. 17:29

          

 

 

 

   감기 

 

                                                                 湖月안행덕

 

 

불꽃 같은  신열이 어둠을 끌고 들어와

아무도 몰래 귀신 놀이라도 하잔다

비린내나는 누런 이빨로 

느슨해진 내 목덜미를 물고 우로 좌로 맴을 돈다

아득한 절벽에 매달린 발끝이 숨을 죽인다.


희미한  불빛 속에 꿈처럼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고수동굴에서  수억 년 잠들었던 물

점점 차오르는 물은 온몸을 적시며

좁은 골방을 출렁인다

사방 벽에서 붉은 꽃잎 우수수 떨어진다


흥건히 젖은 몸은 익숙한 길을 잃었다

허기진 짐승의 눈빛이 서늘하다

손끝에 흐르는 전류는  똬리를 틀다 핑그르르

고운 선혈 마시고 실눈을 한다

붉은 한 알의 몰약이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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