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의 꿈
湖月 안행덕
슬프다. 공해 먹은 햇살에 시들은 뻘밭
그리운 어미 품 찾아간 파도에 할퀴고
적막보다 기막힌 서러운 맨살을
그냥 내보이면서 찔끔찔끔 훌쩍이는데
생각난 듯 징검징검 걸어오는 바람은
상처 난 갯벌을 어루만진다.
등줄기가 싸늘한 어둠에 묻혀서
짓궂은 파도의 희롱에도 조개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장엄한 바다 한번 헤엄치고 싶은 작은 꿈
한번 도 펴보지 못한 조개,
시체가 되어도 그 허영심 버리지 못하고
뱃속 가득히 검은 욕심 끌어안고 잠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