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조개

湖月, 2006. 5. 21. 10:43

         조개의 꿈

 

                                     湖月 안행덕


 

슬프다. 공해 먹은 햇살에 시들은 뻘밭

그리운 어미 품 찾아간 파도에 할퀴고

적막보다 기막힌 서러운  맨살을

그냥 내보이면서 찔끔찔끔 훌쩍이는데

생각난 듯 징검징검 걸어오는 바람은

상처 난 갯벌을 어루만진다.


등줄기가 싸늘한 어둠에 묻혀서

짓궂은 파도의 희롱에도 조개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장엄한 바다 한번 헤엄치고 싶은 작은 꿈

한번 도 펴보지 못한 조개,

시체가 되어도 그 허영심 버리지 못하고

뱃속 가득히 검은 욕심 끌어안고 잠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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