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취의 사랑
윤후명
눈 속에서도 싹을 내는 곰취
앉은 부채라고도 부른다
겨울잠에서 갓 깬 곰이
어질어질 허기져 뜯어먹고
첫 기운 차린다는
내 고향 태백산맥 응달의 곰취 여린 잎
동상 걸려 얼음 박힌 뿌리에
솜이불처럼 덮이는 눈
그래서 곰취는 싹을 낸다
먹거리 없는 그때 뜯어먹으라고
어서 뜯어먹고 힘내라고
파릇파릇 겨울 싹을 낸다
눈 오는 겨울밤 나도 한 포기 곰취이고 싶다
누군가에게 죄 뜯어 먹혀 힘을 내줄 풀
시집『강릉 별빛』2017. 서정시학 이미지 시집 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