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곰취의 사랑/ 윤명후

湖月, 2017. 5. 18. 18:04

곰취의 사랑

윤후명

 

눈 속에서도 싹을 내는 곰취

앉은 부채라고도 부른다

겨울잠에서 갓 깬 곰이

어질어질 허기져 뜯어먹고

첫 기운 차린다는

내 고향 태백산맥 응달의 곰취 여린 잎

동상 걸려 얼음 박힌 뿌리에

솜이불처럼 덮이는 눈

그래서 곰취는 싹을 낸다

먹거리 없는 그때 뜯어먹으라고

어서 뜯어먹고 힘내라고

파릇파릇 겨울 싹을 낸다

눈 오는 겨울밤 나도 한 포기 곰취이고 싶다

누군가에게 죄 뜯어 먹혀 힘을 내줄 풀

 

시집『강릉 별빛』2017. 서정시학 이미지 시집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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