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 날 / 안행덕
아마 그게 봄날이었나 봐
안민산 벚꽃 길에서 허망한 봄을 만나고 있었지
꽃잎이 바람에 날려 나비처럼 날고 있었어
하르르 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는데
내 머리에도 어깨에도 슬쩍 스치고 가는 꽃잎
어찌나 가벼운지 살짝 내딛는 내 발걸음에도
휘리릭 날아가 버리는 거야
꽃나비처럼 날개를 팔랑이며 나풀거리는 추억
허망하게 지는 꽃잎이었지
나태해진 바람은 봄을 안고 겁 없이 뒹굴고
나른한 문장으로 이별가를 부르듯
머리에도 어깨에도 가슴 속까지 적시는 꽃비
한줄기 미련으로 날아온 꽃잎
꽃비가 되어 나를 울게 하는가
『시집』바람의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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