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꽃비 내리는 날

湖月, 2017. 8. 16. 07:35




꽃비 내리는 날 / 안행덕

 

 

아마 그게 봄날이었나 봐

안민산 벚꽃 길에서 허망한 봄을 만나고 있었지

꽃잎이 바람에 날려 나비처럼 날고 있었어

하르르 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는데

내 머리에도 어깨에도 슬쩍 스치고 가는 꽃잎

어찌나 가벼운지 살짝 내딛는 내 발걸음에도

휘리릭 날아가 버리는 거야

꽃나비처럼 날개를 팔랑이며 나풀거리는 추억

허망하게 지는 꽃잎이었지

나태해진 바람은 봄을 안고 겁 없이 뒹굴고

나른한 문장으로 이별가를 부르듯

머리에도 어깨에도 가슴 속까지 적시는 꽃비

한줄기 미련으로 날아온 꽃잎

꽃비가 되어 나를 울게 하는가

 


시집바람의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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