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자리
안행덕
흐드러진 철쭉이 보고싶지 않느냐고? 철쭉이 온산을 덮고 있는 매화산을 가자고 친구가 등산
제의를 한다. 정말 붉게 물든 철쭉이 보고싶기도 하지만 갑갑한 마음 눌림을 풀고싶어 바람 한번 쏘이려 가겠다고 했다 이웃동의
산악회를 따라 나섰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가는 것은 좀 낯설지만 등산하는 데 목적이니 배낭을 간단히 꾸려 관광버스를
탔다 처음에는 인사를 하고 목적지와 등산의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런대로 좋았다 출발하고 곧이어 음식을 제공하고 차 안이 부산하더니
요란한 음악과 춤판이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가끔 묻지 마 관광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아침부터 어디서 저런 신명이
나는지? 더욱 기사 아저씨는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하는데 야... 나는 낯선 이방인이 되어 마치 연옥의 아우성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거창을 지나고 합천에 도착해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들에는 벌써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파란 모들의 이파리를 간지럼 태우며 지나가고 있다 산 입구에는 취나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바쁜 모습도
보인다 내 등에도 점점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숨이 차오기 시작했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산 초입부터
철쭉이 보였다 그런데 꽃이 모두 지고 시든 꽃잎은 보기 흉하게 말라 푸른 잎 사이에 널려 있다 꽃 진자리가 이렇게 흉할
줄이야...... 인간도 한창 청춘일 때 꽃처럼 아름다웠다가 세월 가면 저 시든 꽃처럼 볼품없겠지 다시한번 나를 돌아보며 아 나도 꽃
진자리가 멀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이마의 땀을 닦고 산 아래를 보니 작은 산과 강 그리고 가르마 같은 숲길이 한눈에 보여
흐뭇해하며 정상을 보니 아직 멀었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뜨거운 산길을 오르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의 펌프질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데 좀 쉬었다 갑시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 그늘을 찾아 지친 다리를 폈다 물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꿀맛이 이런
맛일까? 잠간의 휴식은 지친 호흡을 정돈 시켰다 다시 산행은 계속되고 가파른 절벽은 밧줄을 의지하며 한발한발 정상을 향했다 벼랑의
바위는 초보인 나의 발을 거부했지만 조심스런 달램으로 기어이 정상을 올랐다 黃梅峰 1108m 표지석이 자랑스럽게 서있다 성취감을
맛보고 내려오는 발길은 가벼웠다 자유롭게 날아가는 이름모르는 풀벌레도 정다워짐은 자연에 동화되어 깊은 만족감 때문이리라 돌아오는
버스는 완전히 광란의 장이었다 좁은 통로에서 몸을 흔들며 괴성을 지르는데 마치 서럽고 원통한 서민의 한을 마음껏 털어 내고있는 것 같아
안쓰러운 생각이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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