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나비의 꿈을 꾸는 조가비 / 금정문예 2017년

湖月, 2018. 3. 21. 16:13




나비의 꿈을 꾸는 조가비 / 안행덕

 

 

누가 만든 무덤인가

바닷가 한 모퉁이 소복한 조개 무덤

속 빈 조개들 쓸쓸히 모여앉아

갯벌에서의 추억담을 나누고 있는가

 

상처 난 갯벌을 어루만지듯

징검징검 걸어온 바람

죽은 조개 무덤에 앉는다

어젯밤 바다이야기를 들려주려는지

슬쩍슬쩍 빈 조가비를 열어본다

 

적막보다 기막힌 서러운 무덤

헤엄치고 싶은 작은 꿈 잃어버리고

짓궂은 파도와

바람의 희롱에

찔끔찔끔 훌쩍이던 조개껍데기

등줄기 싸늘한 개흙 펄에 누어서

나비의 꿈을 꾸는지

빈 조가비 허공에 날개를 편다

 


고당봉에서 / 안행덕


 

화강암 절벽 감탄하며 

굽이굽이 오르면

승천한 용의 발자국

숲길을 밟고 따라오네

 

고당봉 정상에 이르니

천구만별(天龜萬鼈) 

발아래 엎드려 부복한다

나비바위 부채바위 장엄하다

경탄하는 물소리 바람 소리

 

휘돌던 안개 바람

슬쩍 도포 자락 안고 도니 

고당봉 표지석 하늘에 뜨고

나 그대로 신선 되었네

 



년간지 금정문예 2017년 9월 발표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