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낙화암에서

湖月, 2007. 11. 26. 17:24

 

 

낙화암에서 /안행덕


허기진 강물은

느리게 하느적 대며

흔적을 감추려 하는데

 

천 년을 물속에 갇히어

강바닥을 흔드는 이여

칼날 같은 정절 위에

혼불을 베어 뉘이고

태연하게 꽃잎 되어

떨어진 백제 여인아

 

시공을 넘어와

고요한 가슴에

이슬 같은 눈물

박하향처럼 뿌리고

비눗방울처럼

허공을 딛고 선 이여

 

백마강 물 위에

그대의 심장 소리 같은

툭툭 낙엽만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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