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 /안행덕
나는 처음부터
쭉정이보다 못한 가라지였네
부드럽고 향기로운 흙 속에서
쓸모없는 잡풀인 줄 몰랐네.
힘없는 뿌리 하나에 매달려
비애(悲哀)의 신(神)처럼 흔들거릴 때
바로 볕 좋은 가을날이었네
농부의 손에 머리채 잡혀
논둑에 버려지는 설움을 맛보았네
질퍽한 흙 밭에 주저앉아
속앓이로 남몰래 우는 바람꽃 되었지
화려한 여름 내내
혼자 피운 누란 (累卵)의 꿈이었구나
다랑이 논배미
유배지 같은 거기서
홀로 도는 바람개비처럼
울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