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가라지

湖月, 2007. 11. 1. 21:07

 

가라지 /안행덕

 

 

나는 처음부터

쭉정이보다 못한 가라지였네

부드럽고 향기로운 흙 속에서

쓸모없는 잡풀인 줄 몰랐네.

 


힘없는 뿌리 하나에 매달려

비애(悲哀)의 신(神)처럼 흔들거릴 때

바로 볕 좋은 가을날이었네

농부의 손에 머리채 잡혀

논둑에 버려지는 설움을 맛보았네 

질퍽한 흙 밭에 주저앉아

속앓이로 남몰래 우는 바람꽃 되었지



화려한 여름 내내

혼자 피운 누란 (累卵)의 꿈이었구나

다랑이 논배미

유배지 같은 거기서

홀로 도는 바람개비처럼

울고 있었네.


'詩 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밀레종 / 안행덕  (0) 2007.12.04
낙화암에서  (0) 2007.11.26
지나가는 비  (0) 2007.10.25
落 葉  (0) 2007.10.19
들국화  (0) 200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