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내 바람 되거든

湖月, 2009. 4. 23. 12:46

 

 

 내 바람 되거든/ 안행덕

 

 

 

제상 위에 다소곳한 어머니

흑백 사진틀에 갇히신지 어언 20년

해마다 그 자리 그곳에서 젖은 눈으로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신다.

경전을 펼쳐 놓은 듯 차려진 제수 사이로

파릇파릇 새순처럼 돋는 그날들 

봉숭아 꽃물을 들여야 저승길이 밝아진다고

손가락을 흔들며 내밀던 파리한 손

안개 같은 추억이 향처럼 피어오른다

퇴주잔에 술잔 비우는 내 손가락

어머니를 닮아가는 걸 이제 알겠네

눈물 같은 촛불 앞에 나는 어머니와 잠시 마주앉아있네

어머니의 情 뜨겁게 내 손끝에 전해지고

부드러운 음률로 들려주던 그 사랑 노래 

내 몸 안에 붉은 점자로 율법처럼 찍혀가네

조금씩 희미해지는 그 빛이 두려워

후다닥 일어서 축문에 불을 붙이고

뜨거운 고백 고운 넋, 두 손으로 받들어

재가 된 당신을 바람에 실어

어느 하늘가 그곳에 보내드리고

내 바람 되거든 그때 허공에서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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