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실 풍경 / 안행덕
인생 여정의 누추한 골목
마른 풍경이 몸부림칠 때마다 새어 나오는 절규
신열에 들뜬 노을이 점점 흑(黑)빛으로 변해 가는데
말이 없는 비상 전구, 태초의 생명인 양 꺼지지 않는다
대학병원 32병동 30호실
생의 아픔들 주섬주섬 들고 모여든 그들
제각각의 사연으로 얼룩진 상처를
시트 위에 음표로 하얗게 풀어놓고
침묵으로 자화상 그린다
절벽에 매달린 조난자 같은 심정으로
포로처럼 기둥에 묶인 링거병 바라보지만
푸석한 눈꺼풀 끔뻑일 때마다
병아리 눈물만큼 떨어지는 생명수에 목이 마르다
사막의 분진 같은 삭막한 몸짓으로
지친 숨결이 풍장처럼 야위어 갈 때
예고 없는 바람은 이승의 문을 열어 놓고
자지러지는 생(生)을 깨워 돌아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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