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숲에서 / 안행덕
하늘 제일 높은 곳 그곳에 하늘빛 소원을 담아
청청 푸른 꿈을 키우며 산다
청빈한 새벽을 마디마디 새기며
가난을 사랑하였기에
마음을 비우는 일은 즐거운 낙이었지
빈방에 창문을 열고
미망을 헤매는 바람을 불러들이면
열 손가락은 음률을 퉁기고
절망이 깊을수록 언약도 깊었어라
꼿꼿한 성깔 대쪽같다. 나무라지만
청춘도 인생도 바람인 것을
바람도 구름도 믿을 것 못되니
믿지 못할 내일을 위하여
곧은 댓잎에 입 맞추며
늴니리 타령, 흥 타령으로 살리라
외곬의 정갈함에
전설도 잃어버린 바람 앞에서
애써 감추려는 그리움 서럽기도 했어라
한 음절 넘길 때마다 굵어진 마디
절개의 고뇌는 미완으로 남겨두고
시린 마디마다 고이는 꿈은 완강한
직립을 추구하며 청청 더 푸르리라
시집 『숲과 바람과 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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