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수의를 짓다 / 안행덕

湖月, 2022. 6. 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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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를 짓다  / 안행덕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

홀연히 가신다기에

노란 안동포 삼베 한 필 끊어다

어여쁘신 날개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한다고

주머니조차 만들면 안 된다 하십니다

이승의 맺힌 마음 저승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매듭을 지어서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실 끝을 옭매지도 말라 하십니다

치자열매 노란 빛깔 흘러나오듯

어머니 지나오신 발자국이

눈물에 번져 흐려집니다

한 많고 설움 많아 떨치기 힘든 세월

차마 놓지 못하시고

눈꺼풀 무겁게 붙들고 계십니다

훨훨 가볍게 한 세상 날아오르시라고

금빛 날개 고이 달아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시집 『꿈꾸는 의자』에서

 

 

2013년 한국 시낭송가 협회 추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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