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가을 간이역 / 안행덕

湖月, 2022. 6. 27. 10:57

 

가 을 간이역

작은 간이역에 추억 같은 긴 그림자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며

두 줄의 긴 선로 변에서 서성이는 여자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산모퉁이를 돌고

기적이 울릴 때마다 가슴의 두근거림을

저 살살이 꽃이 살랑살랑 흔들림으로 말하네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

당신이 도착할 레일 따라 열차는 정시에

멈춰 서지만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다

텅 빈 대기실을 기웃거리는 코스모스

그리움으로 길어진 목이 안쓰럽다

날은 저물고 그리웠던 날들을 회상하듯

달빛만 내려와 빈 벤치를 지키고

갈 곳 잃은 가랑잎만 서성이는 가을 간이 역

 

 

 

시집 - 꿈꾸는 의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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