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대표선집 /詩魂

湖月, 2018. 2. 20. 19:32


난설헌에게

                        안행덕


선계(仙界)를 그리며  

갓 핀 부용처럼, 수련처럼,

애잔하게 피었다가

짧은 생을 애달게 울던 사람아


양유지사(楊柳枝詞) 흐르는 그대 거닐던 호반  

눈썹 같은 버들잎 사이로

저고리 고름 풀리듯

대금 한 자락 휘감긴다.


호반에 어둠으로 묻힌 그대의 시간

하나 둘 일어나 나를 흔들고

호수를 흔들어도

선계의 도량 읽어내는 재주 없어

서럽기만 하여라


채련곡(採蓮曲)에서 연꽃 따 던져놓고

반나절 부끄럽다 하더니

이제는 애타는 그리움 없고

부용 꽃 떨어지는 애절한 사연 같은 일 없을 터


(그래서) 

나도 그대 계신 선계를 그리워하네





                                발간사

             금정구 문인이여 시혼을 밝히자 / 안행덕



발간사


금정구 문인이여 시혼을 밝히자 / 안행덕


                        


  낙엽 진 오솔길 잔가지 사이마다 빈자리 허전한 곳 가을이 머물던 자리, 엄동이 진을 치고 있는 년 말이다. 모두 발걸음이 바쁜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기대에 찬 희망으로 까치발 들고 설레기도 하고, 가는 해가 아쉬워 지나간 달력을 다시 들춰 보기도 하는 이때, 우리 문인들은 흰 눈처럼 새하얀 마음으로 한 단 게 더 도약하려 한다.

 

  문인으로서 대표 선집을 묶는다는 건 글쟁이의 자존감을 세우는 일이 아닌가 싶다. 글을 쓰는 일이 쉽고도 어렵다는 생각을 한 두 번은 다 하게 되는 글쟁이들, 밤을 새우기도 하고 몇 날을 고심하다 달을 넘기며 심적 고통을 당해도 완성된 문장에 강렬한 기쁨을 느끼고, 나아가 대표 시로 대표 문장으로 남 앞에 내놓고 자랑할 만, 한 글이 완성되었을 때의 환희는 작가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감미로운 희열이다.

 

시는 상상력이 늘고 세상을 정화하는 매력이 있고, 수필은 인간 소통과 정을 주는 능력을 가지고, 소설을 읽으면 세상이 보이고 필력이 생긴다고 한다. 시를 표현하는 방식이 시인마다 다르고 그 내용 역시 작가마다 다양한 모습이다. 이는 각자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패러다임이 달리 구성되어 있다는 방증임에도 작가의 다양한 모습과 차이가 세상과 소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인이란 선비의 재량과 덕목을 갖추고 올바른 자세로 존엄을 갖춘 창작 작품을 생산하여 독자와 대중의 심금을 흔들어 바른길로 안내하고 앞서가는 정신적 자세가 요구된다.


  감수성의 본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개념에서부터 모든 사물과 유사성을 지니면서도 특별히 뛰어난 영적 감수성, 즉 시혼(詩魂)은 작가의 타고난 기질이 아닌가 싶다. 어떠한 작품에도 작가의 혼이 담기지 않고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 한다. 영원불변하는 대작들 모두 시혼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문인 스스로 맑은 영혼으로 시혼에서 창조되어 나오는 진실한 예술적 문장을 기대하며 대표 선집을 묶는다.


  우리 금정 문인협회에서 처음으로 대표 선집을 묶게 된 기쁨과 문집을 통해서 우리의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희망과 문학을 통해 세상을 밝힐 의무감을 다하고자 하는 회원님들의 생각을 회장단에서 받아들여 이루어졌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작가님의 아름다운 문학 정신에 감사한다.

대표선집 출간을 위하여 후원을 아끼지 않는 회원님들과 원고를 수집하고 편집하고 정리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 준 편집국장과 편집위원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7. 12월 20일 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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