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잔의 자유(詩集)

도시의 벌집에서

湖月, 2018. 10. 13. 14:33



도시의 벌집에서



도시의 벌집 한 채 세든 나는

애벌레나 꽃가루도 없이

왕관을 머리에 이고 품위를 지키려는

여왕벌처럼 빈 벌집을 지키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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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방마다 숨겨둔 꿀을 잃을까

모두 빗장을 채우고 숨죽이고 산다

도시의 벌집은 숨 막히는 적막뿐이다

여왕벌을 지키려 피땀 흘리는 일벌의

날갯짓이 윙윙 온종일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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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일 지친 일벌들 축 처진 어깨로

어둠을 등에 업고 힘겹게 제방을 찾는 시각

나는 그제야

겨우 벌집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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