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어 / 안행덕
어머니 뵈 온지 너무 오래되었다
파리한 입술 달싹이며 아직 죽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라, 손사래 하시더니
그렇게 섧게도 가신지 20여 년
남모르는 아픔 내색 않으시고
섧디 설은 세상을 시린 가슴에 안으신 채
야윈 날개 접으시고 여기 누워 계시네.
파란잔디를 밟아 하얗게 뉘어놓고
세월은 바람 따라 가버린 지금
너무 늦었다. 어서 내려가거라.
아직도 못난 딸 걱정되어 저승에 들지 못하고
무덤가 쑥부쟁이 되셨는가.
나의 입술은 가벼운 경련처럼
어머니를 불러본다
이제는 눈물도 마르고
씁쓸한 소주의 향을 혀 밑에 묻고
저린 발목 툭툭 털고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