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못 잊어

湖月, 2008. 12. 25. 22:08

 

 

 

 못 잊어 / 안행덕

 


어머니 뵈 온지 너무 오래되었다 


파리한 입술 달싹이며 아직 죽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라, 손사래 하시더니

그렇게 섧게도 가신지 20여 년


남모르는 아픔 내색 않으시고

섧디 설은 세상을 시린 가슴에 안으신 채

야윈 날개 접으시고 여기 누워 계시네.


파란잔디를 밟아 하얗게 뉘어놓고

세월은 바람 따라 가버린 지금

너무 늦었다. 어서 내려가거라.

아직도 못난 딸 걱정되어 저승에 들지 못하고

무덤가 쑥부쟁이 되셨는가.

 

나의 입술은 가벼운 경련처럼

어머니를 불러본다

이제는 눈물도 마르고

씁쓸한 소주의 향을 혀 밑에 묻고

저린 발목 툭툭 털고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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