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竹 / 안행덕
하늘 제일 높은 곳 거기에 하늘빛 소원을 담아
청청 푸른 꿈을 키우며 산다
청빈한 새벽을 마디마디 새기며
가난을 사랑하였기에
속을 비우는 일은 즐거운 樂이었지
빈방에 창문을 열고
미망의 늪을 헤매는 바람을 불러들이면
열 손가락은 음률을 퉁기며
절망이 깊을수록 언약도 깊었어라
꼿꼿한 성깔 대쪽같다. 나무라지만
청춘도 인생도 바람이거늘
바람도 구름도 믿을 것 못되니
믿지 못할 내일을 위하여
곧은 댓잎에 입 맞추며 한세상을
늴니리 타령, 흥 타령으로 살리라
외곬의 정갈함에
전설도 궁핍해지는 바람 앞에
애써 감추려는 그리움 서럽기도 해었라
한 음절 넘길 때마다 굵어진 마디
절개의 고뇌는 미완으로 남겨두고
시린 마디마다 고이는 꿈은 완강하게
직립을 추구하며 청청 더욱 푸르러라
금정신문 2014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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