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말하라 / 안행덕
너보다 더 푸른 청춘을 삼킨 바다야
푸르렀던 그 이름들을 아느냐
동강난 조국을 수호하겠다고
서해를 사수하던 꽃다운 청춘아
한 줄기 빛도 없는 깊고 깊은 심해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거기 있었더냐
별처럼 빛나는 나이, 할 일도 많은데
누구를 위하여 내일의 꿈도 접고
흠뻑 젖은 몸으로 잠들어
온 세상을 비통하고 참담하게 하느냐
소리 없이 무너지는 수많은 가슴
조각조각 피가 마르는 게 보이지 않느냐
바다는 말하라
너는 알고 있지 않으냐
너는 보았지 않느냐
자지러져 하얗게 쓰러지는 너
너도 답답해 철썩 철~얼썩 바위를 치며
속울음만 울지 말고 말을 하여라
바다야
속 시원하게 말을 해다오
나만 못 가네/ 안행덕
이념의 벽처럼 아득히 높은
통일 전망대
계단이 나풀나풀 내려와
내 발아래 엎드려 있는데
철조망 건너 저쪽에
동해를 휘돌아 달리는 철로선
원산 가는 국도를 따라
바람은 잘도 가는데
나만 못 가네
삼팔선 가까이 푸른 동해는
철썩철썩 노래 부르며
얼싸안고 돌며 자유롭네
철조망을 넘나드는 작은 산새도 바다 새도
정답게 서로 만나서
지지 재재 소식 주고받는데
나만 못 가네
나도 시린 아픔 동해에 풀어놓고
하얀 웃음 날리며
임 만나러 갈라네
퍼렇게 멍든 속내는 감추고
그냥 꽃처럼 웃어 줄라네
격월간지 현대문예 2013년 동짓달호 75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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