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바다야 말하라(현대문예)

湖月, 2014. 4. 10. 21:25

 

 

바다야 말하라 / 안행덕

 

 

너보다 더 푸른 청춘을 삼킨 바다야

푸르렀던 그 이름들을 아느냐

동강난 조국을 수호하겠다고

서해를 사수하던 꽃다운 청춘아

한 줄기 빛도 없는 깊고 깊은 심해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거기 있었더냐

별처럼 빛나는 나이, 할 일도 많은데

누구를 위하여 내일의 꿈도 접고

흠뻑 젖은 몸으로 잠들어

온 세상을 비통하고 참담하게 하느냐

소리 없이 무너지는 수많은 가슴

조각조각 피가 마르는 게 보이지 않느냐

바다는 말하라

너는 알고 있지 않으냐

너는 보았지 않느냐

자지러져 하얗게 쓰러지는 너

너도 답답해 철썩 철~얼썩 바위를 치며

속울음만 울지 말고 말을 하여라

바다야

속 시원하게 말을 해다오

 

 

 

나만 못 가네/  안행덕

 

  

이념의 벽처럼 아득히 높은

통일 전망대

계단이 나풀나풀 내려와

내 발아래 엎드려 있는데

철조망 건너 저쪽에

동해를 휘돌아 달리는 철로선

원산 가는 국도를 따라

바람은 잘도 가는데

나만 못 가네

삼팔선 가까이 푸른 동해는

철썩철썩 노래 부르며

얼싸안고 돌며 자유롭네

철조망을 넘나드는 작은 산새도 바다 새도

정답게 서로 만나서

지지 재재 소식 주고받는데

나만 못 가네

나도 시린 아픔 동해에 풀어놓고

하얀 웃음 날리며

임 만나러 갈라네

퍼렇게 멍든 속내는 감추고

그냥 꽃처럼 웃어 줄라네

 

 

격월간지 현대문예 2013년 동짓달호 75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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