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물음의 행방 / 오성일

湖月, 2017. 4. 15. 17:58

물음의 행방

 

오성일

 

 

구멍난 양말의 그 땐 세상이 얼마나 궁금했던지

궁금한 발가락들은 양말 속에서 얼마나 쉬지 않고 꼬물거렸던지

그 꼬물거리는 분홍의 물음표들 얼마나 당돌했던지

진흙탕 속에선 또 그 발가락들 얼마나 신이 났던지

양말은 얼마나 흔쾌히 구멍을 열어 발가락 말문을 터주었던지

그, 물음이 붐비는 진흙탕은 얼마나 조마조마 살맛이 났던지

그랬던 아슬아슬한 흙맛, 살맛 지금 어디 있는지

내 발가락들은 어디쯤에서 꼬물거림을 멈추었는지

세상은 점점 더 진흙탕이 되었는데

발가락은 왜 더 이상 묻지 않는지, 말문을 닫고 사는지

구멍난 우리들의 양말은 어디 갔는지

 



'詩의香氣'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록도  (0) 2017.05.03
[스크랩] 갈대 / 신경림  (0) 2017.04.25
벚꽃의 아우성  (0) 2017.04.06
소금 창고 / 이문재  (0) 2017.04.01
물의 비문 / 김예강  (0) 2017.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