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의 행방
오성일
구멍난 양말의 그 땐 세상이 얼마나 궁금했던지
궁금한 발가락들은 양말 속에서 얼마나 쉬지 않고 꼬물거렸던지
그 꼬물거리는 분홍의 물음표들 얼마나 당돌했던지
진흙탕 속에선 또 그 발가락들 얼마나 신이 났던지
양말은 얼마나 흔쾌히 구멍을 열어 발가락 말문을 터주었던지
그, 물음이 붐비는 진흙탕은 얼마나 조마조마 살맛이 났던지
그랬던 아슬아슬한 흙맛, 살맛 지금 어디 있는지
내 발가락들은 어디쯤에서 꼬물거림을 멈추었는지
세상은 점점 더 진흙탕이 되었는데
발가락은 왜 더 이상 묻지 않는지, 말문을 닫고 사는지
구멍난 우리들의 양말은 어디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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