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바람은 알까

湖月, 2012. 3. 10. 11:51

 

바람은 알까 / 안행덕


  

3호선 전철은 신사동을 지나고 있었어

그때 무심한 사람들 사이로

애절한 노래 한가락

절룩거리며 걸어가네

신사 숙녀들의 가슴을 잡고

파고드는 팝송 한 소절


다리에 쥐가 난 무희처럼 흔들며

통로를 가는 그의 발끝은

점자를 읽는 손끝처럼 조심스러웠네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알고 있지가

그의 목에 걸린 트랜지스터에서 애절하게

밥 밥을 찾고 있는데

그의 입은 놀란 조가비처럼 닫혀 있었네


아무도 지갑을 열거나

지폐를 꺼내는 사람은 없고

모노드라마를 보듯 그의

조심스러운 발끝만 보고 있었지

전철 안을 풍문처럼 떠돌고 있는 바람

너는 알지? 너는 알지? 따지듯 묻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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