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배짱도 좋지 / 안행덕
어둠의 그늘에도 생은 있구나.
냉장고 안에 핀 양배추 꽃
처음 웃어보는 미소인 냥
배시시 노란 입술 수줍다
여기서 오래 살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봄바람 유혹에 정 주고 마음 주었나
연둣빛 춘정에 몸살 앓았나
다 시들어 빠진 몸뚱이 어디에
그런 열정 숨었는지
배짱도 좋지.
이미 시들어가는 제 몸
제 그림자를 보고 궁리하다가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듯
생을 꽉 움켜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