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湖月, 2018. 11. 5. 14:55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시집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 동천사. 1997


 


'詩의香氣'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0) 2018.11.16
인연 / 복효근  (0) 2018.11.05
아버지의 빗살무늬/ 김우진  (0) 2018.10.18
노루발 / 박한규  (0) 2018.10.17
박두진 / 해  (0) 2018.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