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봉선화 추억/ 안행덕

湖月, 2012. 3. 8. 23:21

 

 

봉선화 추억 / 안행덕


 

 

울 밑에선 봉선화

꽃그늘이 길게 누울 때

단발머리 똠방치마 가시나 

공깃돌 놀이도 시들해지고

어미를 기다리다

지친 두 귀

천만 개로 늘어나지요 

봉선화 씨앗처럼 부어오른 두 볼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데

죄 없는 봉선화 꽃잎만

하릴없이 돌로 찧으며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입속으로 흥얼거렸지


손톱에 봉선화 꽃물들이면

저승길이 밝아진다는 말은 믿지 않아도

해마다 여름이면

비수처럼 다가오는 옛 추억으로

내 가슴은 또 분홍빛 꽃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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