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까치 / 안행덕
윤 산 운동장에 산 까치 한 마리
언 땅을 찧고 있다
발이 시린지 까치발을 들고
아침 등산객들에게 꾸벅꾸벅 방아 찧듯 인사를 한다
봄여름 가을 겨울 변함이 없다
꽃피는 봄에는 꽃이 핀다고
지루한 장마에는 젖은 몸 털어내며
건성으로 인사해도 나는 매양 반갑다
수인사 한 번 나눈 적 없지만 매일 아침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늙은 허깨비 같은 날 보고
수천수만의 꿈을 딸꾹질 하듯 토해주는 산 까치
언 땅에서 기껏 풀 씨앗이나 얼어 죽은 풀벌레로
끼니를 때우지마는 그래도 그에게는
창공을 차고 오를 날개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