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산 까치

湖月, 2007. 12. 26. 23:54

 

산 까치 / 안행덕

 

윤 산 운동장에 산 까치 한 마리

언 땅을 찧고 있다

발이 시린지 까치발을 들고

아침 등산객들에게 꾸벅꾸벅 방아 찧듯 인사를 한다

봄여름 가을 겨울 변함이 없다

꽃피는 봄에는 꽃이 핀다고

지루한 장마에는 젖은 몸 털어내며

건성으로 인사해도 나는 매양 반갑다

수인사 한 번 나눈 적 없지만 매일 아침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늙은 허깨비 같은 날 보고

수천수만의 꿈을 딸꾹질 하듯 토해주는 산 까치

언 땅에서 기껏 풀 씨앗이나 얼어 죽은 풀벌레로

끼니를 때우지마는 그래도 그에게는

창공을 차고 오를 날개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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