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촌수 없는 남자

湖月, 2008. 1. 8. 09:54

 

 

촌수 없는 남자 / 안행덕


 

여보 밥 여보 물

눈 뜨면 시작하는 이 남자

피도 살도 섞이지 않은 촌수도 없는 그에게

영혼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 줄도 모르고

장미는 향기만 있는 줄 알았지

하늘같이 받들라 이르시며

눈물 글썽이시던 친정어머니

어쩌자고 이제야

향기 속에 숨은 가시가 보이는지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티격태격 된다 안 된다 맞다 틀리다

칼로 물 베기라 했나요

맞아요, 물를 닮았나 봐요

벤 자리 또 베어도

금방 아무는 상처는 물 같아요


흰 서리 덮이는 세월이 야속해도

작은 봉당에서는 된장찌개 향기롭고

뒤꼍에서 여보 소리가 담을 넘는다


'詩 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고대  (0) 2008.01.30
  (0) 2008.01.24
산 까치  (0) 2007.12.26
땅 끝에 서서  (0) 2007.12.15
에밀레종 / 안행덕  (0) 2007.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