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소리물고기 / 복효근

湖月, 2009. 4. 15. 21:43

소리물고기

                                        복효근

내소사 목어 한 마리 내 혼자 뜯어도 석 달 열흘 우리 식구 다 뜯어도 한 달은
뜯겠다 그런데 벌써 누가 내장을 죄다 빼먹었는지 텅 빈 그 놈의 뱃속을
스님 한 분 들어가 두들기는데...

소리가 하, 그 소리가 허공 중에 헤엄쳐 나가서 한 마리 한 마리 수천 마리
물고기가 되더니 하늘의 새들도 그 물고기 한 마리씩 물고 가고 철산 바다
조기 떼도 한 마리씩 온 산의 나무들도 한 마리씩 구천의 별들도 그 물고기
한 마리씩 물고 가는데...

온 우주를 다 먹이고 목어하는 하, 그 목어는 여의주 입에 문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능가산 숲을 바람 그네 타고 노는데...

숲 저쪽 만삭의 달 하나 뜬다




전북 남원출생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등

시작노트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시향이 있다.
나는 만해 한용운 시인처럼 유행 타지 않은 시향을 좋아한다.
복효근 <소리물고기>는 세속적인 삶의 초월, 불교적 중생 구제 의식 같은
생명력이 은은하다. (김형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