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2009년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외 2편

湖月, 2009. 4. 10. 11:57

 

 2009년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외 2편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 박형준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들려줄 게 없는
봄 저녁
나는 바람 냄새 나는 머리칼
거리를 질주하는 짐승
짐승 속에 살아 있는 영혼
그늘 속에서 피우는
회양목의 작은 노란 꽃망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꺼풀에 올려논 지구가 물방울 속에서
내 발밑으로 꺼져가는데
하루만 지나도 눈물 냄새는 얼마나 지독한지
우리는 무사했고 꿈속에서도 무사한 거리
질주하는
내 발 밑으로 초록의 은밀한 추억들이
자꾸 꺼져가는데

 

 

-시인세계 2009 봄호

 

 

 

어린 시절박형준

 

 

저녁을 굶고 지붕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삼십촉 전등에 뜰 앞 나무의 풋대추가 비치는데

오는 사람은 없고 비만 있는 저문집

아궁이에서 저 홀로 타는 장작 소리

설핏 잠이 든 사이 후두둑

초롱초롱한 풋대추 한 대접 지붕에 구르는데

밤비에 글썽이며 빛을 내는 옹기들처럼

 

 

-한국문학 2008 가을호

 

 

 

유리창 / 박형준

 

 

국자별이

어머니의 옹이 진 손이 뚝뚝 떠내는

밀가루 반죽처럼 유리창에 주르륵 흘러내린다

 

멀건 수제비 국물에 비친

어린이이의 울음을 데리고 온 별이

고요히 끓고 있다

부엌 아궁이에 어굴을 밀어넣고

생솔 타는 연기에

눈이 붉어지시던 어머니

 

유리창에 꼬리만 남은 저 저녁빛

 

 

-시와문화 200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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