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외 2편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 박형준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들려줄 게 없는
봄 저녁
나는 바람 냄새 나는 머리칼
거리를 질주하는 짐승
짐승 속에 살아 있는 영혼
그늘 속에서 피우는
회양목의 작은 노란 꽃망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꺼풀에 올려논 지구가 물방울 속에서
내 발밑으로 꺼져가는데
하루만 지나도 눈물 냄새는 얼마나 지독한지
우리는 무사했고 꿈속에서도 무사한 거리
질주하는
내 발 밑으로 초록의 은밀한 추억들이
자꾸 꺼져가는데
-시인세계 2009 봄호
어린 시절 / 박형준
저녁을 굶고 지붕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삼십촉 전등에 뜰 앞 나무의 풋대추가 비치는데
오는 사람은 없고 비만 있는 저문집
아궁이에서 저 홀로 타는 장작 소리
설핏 잠이 든 사이 후두둑
초롱초롱한 풋대추 한 대접 지붕에 구르는데
밤비에 글썽이며 빛을 내는 옹기들처럼
-한국문학 2008 가을호
유리창 / 박형준
국자별이
어머니의 옹이 진 손이 뚝뚝 떠내는
밀가루 반죽처럼 유리창에 주르륵 흘러내린다
멀건 수제비 국물에 비친
어린이이의 울음을 데리고 온 별이
고요히 끓고 있다
부엌 아궁이에 어굴을 밀어넣고
생솔 타는 연기에
눈이 붉어지시던 어머니
유리창에 꼬리만 남은 저 저녁빛
-시와문화 200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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