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솟대

湖月, 2012. 3. 8. 22:28

 

         솟대 / 안행덕

 

  

더 멀리 보고 싶고 더 높이 날고 싶어서

고단한 네 날개에 한 줌 소망을 얹어 놓고

안달 내는 인간들이 가여워

창공을 마음대로 나르던 날개 고이 접어

흘러가는 세월에 묻고 나무 새가 되었나


하늘 땅 오가며 인간의 소원을 전해주려고

높은 가지 위에서 까치발 돋우다

바람 따라 별빛 따라 하늘을 넘나들어

고단한 날개 하늘 닿을 만큼 높은 가지에

안쓰럽게 야위어 걸려 있구나.


하늘 끝 마른 가지 높이 올라앉아

소리 없이 목 놓아 우는 새야

사연 많은 인생살이에 비하랴만

바람 잘 날 없는 언덕배기 가지 끝에서

소리 없는 네 울음이 낭자하게 굴러

검불 같은 내 마음을 위로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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