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 안행덕
더 멀리 보고 싶고 더 높이 날고 싶어서
고단한 네 날개에 한 줌 소망을 얹어 놓고
안달 내는 인간들이 가여워
창공을 마음대로 나르던 날개 고이 접어
흘러가는 세월에 묻고 나무 새가 되었나
하늘 땅 오가며 인간의 소원을 전해주려고
높은 가지 위에서 까치발 돋우다
바람 따라 별빛 따라 하늘을 넘나들어
고단한 날개 하늘 닿을 만큼 높은 가지에
안쓰럽게 야위어 걸려 있구나.
하늘 끝 마른 가지 높이 올라앉아
소리 없이 목 놓아 우는 새야
사연 많은 인생살이에 비하랴만
바람 잘 날 없는 언덕배기 가지 끝에서
소리 없는 네 울음이 낭자하게 굴러
검불 같은 내 마음을 위로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