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 안행덕
황혼의 붉어 가는 저녁노을은
다가오는 어둠을 두려워하고
부음처럼 늘어가는 새치는
찾아올 영면을 두려워한다
세월 따라 바람 따라 흘러서
어디론가 날 버리러 가야 하는데
성당의 뾰족탑 위의 십자가에
걸린 눈물 먹은 저 구름은
님 사랑을 재촉하지만
다 부질없음을 알고 있다
세월 따라 바람 따라 흘러서
어디론가 날 버리러 가야 하는데
저 푸른 바다에 하얀 파도는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천만번 뜨겁던 그 열정을 어쩌랴
남은 날은 적은데 ..........
세월 따라 바람 따라 흘러서
어디론가 날 버리러 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