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거운 밥상 / 김명인
무성한 그늘 넓이로
여름내 그득하던 밥상,
울 너머 느티나무가
푸성귀로도 한 상 잘 차려 놓으면
갓난아기 두고 또 애기 밴 새댁처럼
그 여름의 매미들
햇살이라도 양푼 넘치게 비벼 껴안고
득득 바닥까지 긁어대며
마구마구 퍼먹던 초록유지의 순간들,
저 시간의 밥그릇 누가 다 비워냈을까,
입 턴 가지로 성글게 엮은
빈 바구니만 누런 늦가을 담아
덜겅거리는데
들고나던 네 밥상인들
어느새 가벼워졌느냐?
햇볕도 벌써 한 순배 닫아거는지,
저녁의 문턱 가까이
그대도 갈 사람처럼 어둑하니 서 있다
저기 달무리 졌다, 늦은 밥상들이자
저문 두레상에 둘러앉아 별식구들까지
멀건 죽 한 사발 함께 먹는다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해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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