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스크랩] 재봉질 하는 봄 /구봉완

湖月, 2010. 8. 15. 12:11

 

재봉질하는 봄


                                           구봉완




염소를 매어놓은 줄을 보다가 땅의 이면에

음메에 소리로 박혀 있는 재봉선을 따라가면

염소 매어놓은 자리처럼 허름한 시절

작업복 교련복 누비며 연습하던 가사실습이

꾸리 속에서 들들들 나오고 있네

비에 젖어 뜯어지던 옷처럼, 산과 들

그 허문 곳을 풀과 꽃들이 색실로 곱게

꿰매는 봄날, 상처 하나 없는 예쁜 염소 한 마리

말뚝에 매여 있었네. 검은색 재봉틀 아래

깡총거리며 뛰놀던 새끼 염소가, 한 조각 천

해진 곳을 들어 미싱 속으로 봄을 박음질하네

구멍 난 속주머니 꺼내 보이던 언덕길 너머

보리 이랑을 따라 흔드는 아지랑이 너머

예쁜 허리 잡고 돌리던 봄날이었네

쑥내음처럼 머뭇 머뭇 언니들은

거친 들판을 바라보던 어미를 두고

브라더미싱을 돌리고 있었네, 밤이 늦도록

염소 한 마리 공장 뒤에서 숨어 울고 있었네

부르르 떨리는 염소 소리로, 가슴도 시치며

희망의 땅에, 가느단 햇살로 박아 놓은 옷이

이제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기염소 뛰어노는 여기저기

소매깃에 숨어 있다 돋아나는 봄날

언니의 속눈썹 같은 실밥을 나는 뜯고 있었네.



 

 

 시를 읽고 이렇게 곱게 재봉질을 한 봉제공은 드물다고 여깁니다
봄의 옷을 꾸밈없이 편하게 옷을 재단하고 독자에게 알맞도록 완성맞춤을 해준 시가 그리 드물다는 것이죠
봄은 그래서 더욱 포근하고 다정해 보이고 고와 보입니다
화자가 봄을 보는 시각은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전달했다는 점입니다.

이곳에 나오는 봄의 소재들은 염소입니다.
부재들은 부라더 미싱기이며 그에 대한 상념들은 낯설기입니다.

염소와 브라더미싱이 시적 조화로운 장치를  통해 사용된  도구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멋진 시를 지었던 것이죠


시인은 그것을 고리로 시작됩니다.

2행의 "음메에 소리로 박혀 있는 재봉선을 따라가면"

염소를 매어 놓은 줄을 보고 기가 막히게 시가 지어지는 것이죠


, 라고 무릎이 쳐집니다.

염소가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다 염소 소리를 지릅니.
그 소리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음메에 하는 떨림들이 마치 재봉틀로 박음질한 재봉선이라 여긴 것이죠.

그 선율을 따라 연상을 합니다.
가사 실습을 했던 시절들이 떠오르는 것이죠
재봉틀이" 들들들" 돌아가던 그 실습시간이 추억으로 떠오르며
그것을 다시 들판에 돋아난 풀과 꽃들로 연결해 보는 멋진 시상이
매끄럽습니다.

 

재봉틀을 보면 토끼발이 있습니다. 그 토끼발이 마치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것을 염소 새기 뛰노 것을 연결합니다.
그것은 박음질이죠.

 

박음질하는 들판의 풍경들 여기저기 쏟아지는 봄 아지랑이 그리고 쑥 냄새들
봄의 정경을 담아 놓는 솜씨는 고급 기능공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봄을 주제로 우리네 농촌풍경을 정겹게 시로써 지어낸  한편의 서정시가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어렵거나 두 번 세 번 읽어서도  이해 못할 시가 아니라고 봅니다.
구봉완 시인의 시력이 이토록 뛰어나는 것을 발견합니다.

한 편의 시를 통해 다시 한번 봄을 맞이하 시를 배웁니다.

 

시산문에서 이산  글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해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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