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스크랩] 사모 / 조지훈

湖月, 2015. 6. 3. 16:17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湖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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