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름산이 / 안행덕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서
익살을 떨며 외줄을 타는 묘기에
줄 아래 선 나는 손에 땀이 난다
그의 화려한 손짓 발짓에
넋을 놓고 잦아드는 마음 졸이다가
광대의 여유로운 넉살에
박수를 보내는 늙은 아버지
삼대독자 외아들 손 끊긴다는
부모님 성화에 작은댁을 들인 날부터
광대가 되어 줄꾼처럼
안채와 사랑채에 외줄을 매어놓고
달도 없는 야밤에 줄을 타셨다
두 번째도 딸을 낳아 죄인이 된 조강지처
외줄 위의 지아비 흔들릴까 맘 졸이던 정부인
한숨 소리는 이슬에 젖은 외줄에 매달리고
그 줄을 타고 멀미를 하셨을 아버지
알 듯 말 듯한 그 정
나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
인생의 외줄에 선 나
바람과 세월이 함께 줄을 탄다
*어름산이 - 광대놀이에서 줄을 타는 사람(줄꾼),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호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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