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스크랩] 풍난 와부작(瓦附作)

湖月, 2011. 4. 10. 18:21

 

 

 

풍난 와부작(瓦附作)


가끔 꽃을 파는 가게를 지나다 보면 예쁜 꽃들에 끌려 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한다. 꽃의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다 다르다.

어느 꽃이든 나름대로 예쁘고 향기도 다 다르다.

가끔 구경하다 꽃에 반해 작은 화분 하나 산다. 그런데 며칠 가지 않아

시들거나 죽는다. 꽃이나 식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서 꽃집만 보면 발을 멈춘다.

특히 선비들이 좋아한다는 난을 보면 욕심이 나서 이름이 무어냐 가격은 얼마냐

물어본다. 봄만 되면 도지는 병중의 하나다. 

그러나 잘 사지는 않는다. 공연히 집에 들고 가면 죽을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매월 둘째 금요일은 시낭송 모임이 있는 날이다.

회원 중 한 분이신 연로하신 이종원시인님이 몇 년째 풍난을 기르신다며 기르는

재미도 있지만 기른 난을 분양하는 기쁨이 크다며 회원들에게 다는 못 주고 다섯

분에게만 주겠다며 풍난을 가져오셨다. 그것도 난 촉만 가져 오신 게 아니고

200년 넘은 빗살무늬 기와에 붙여오셨다. 이름하여 풍난 와부작(瓦附作)이란다.

연로하신 분의 귀한 작품을 낭송회원들 추첨으로 나눠 주기로 했다.

추첨에 당첨될 때마다 박수로 축하해주고 기뻐해 주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난을 좋아는 하지만 잘 키울 자신도 없어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마지막 당첨된 김자효시인님이 나에게 양보하겠다며 굳이 내 손에 쥐여 준다.

나는 잘 키울 자신 없다며 사양했지만 풍난보다 이 기와가 귀한 것이니

가져가라 떠민다.


가끔 石附作이나 木附作은 보았지만 瓦附作은 처음 본다.

운치 있는 돌이나 나무에 작은 풍난이 붙어 파란 싹을 피우는 걸 볼 때마다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에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와부작 한 점 받고 보니 걱정이 앞선다.

연로하신 분이 정성 들여 키운 풍난이 잘 자라지 않고 시들면 그 죄송함을

어쩔까 싶어 온종일 들여다본다.


 

20110408湖月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湖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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