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강.
효과적인 시낭송법(음성론)
Ⅰ. 머리말
시란 인간의 감정이 가장 높은데 이르렀을 때 나오는 소리 즉, 감격의 소리, 감동의 절규라 했다. 또 어떤 이는 사람의 숨결이라고도 했다. 즉, 시는 호흡과 같은 것으로 감정의 파동이요 인간의 소리이다.
한 편의 시가 나오기까지는 시인이 겪는 말할 수 없는 체험의 깊이가 깔려 있다. 그래서 시어는 응축되어 있다. 시어는 짧고 작은 말이지만 큰 확산력을 가지고 있다. 시어에는 출렁이는 파문이 있고, 번지는
빛살이 있다. 그리고 시어의 언저리에는 서정의 불길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그 감동의 파문이나, 빛살이나 불길은 한 번 읽어 가지고서는 명확하게 붙잡을 수 없으므로 작품이 갖고 있는 감동에 더욱 가깝게
가도록 많이 읽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시낭송은 활자화 된 시에 운율을 살려 그 시가 가지고 있는 시의 향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실어 나르는 것이다. 낱말 하나 하나의 반짝임과 색깔, 그리고 울림, 시어와 행 사이에 감도는 정서나 여운을
느끼도록 낭송해야 한다.
낭송을 통해서만이 시의 모든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다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리로서 할 구실이 있으므로 그 구실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시를 문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를 생생한 목소리로 시간적 공간적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때이다. 그리하여 시낭송이라는 행위가 낭송자와 청중사이에 밀도 있는 시적 교감이 형성되어 우리의 정서가 순화되고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공헌을 해야 할 것이다.
시낭송은 시인의 혼이 건너온 듯 몸과 마음으로 그 분위기가 잘 나타나도록 읊어야 한다. 먼저 낭송할 시를 연구 분석하고, 작품을 쓰게 된 시대적 배경과 시인의 인생과 철학 등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 자기의 언어가 되도록 쉼 없이 마음의 악보를 그릴 때 향기 나는 시낭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에고치가 정성스럽게 한올한올 실을 뽑아내듯, 저 깊은 곳에서 우러 나오는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를 토해낼 때 깊은 맛이 우러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낭송을 통해서 시와 친화력을 갖도록 하며
정서와 감동의 물결이 넘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시낭송가의 역할일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얼굴 생김새와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다르다. 색감이 넘친 풍부한 목소리로 시낭송을 하려면 먼저 자기 목소리를 체크해 본 다음 그에 맞는 정확한 발음연습과 고저장단, 강약, 음질,
음량, 음폭, 음속, 음색의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단전복식호흡과 발성훈련이 필요하다.
시낭송자는 콧소리 음성, 쉰 음성, 거친 음성, 탁한 음성, 희미한 음성, 답답한 음성보다는 음질이 좋은 목소리로 시의 맛이 나도록 운율을 살리는 것이 낭송자의 바램이 아니겠는가?
Ⅱ. 음성의 분류
사람의 목소리는 얼굴 생김새와 지문이 다르듯이 각자 목소리가 다르다. 어린이의 성대는 아주 작은
3mm에서 첫돌이 될 때쯤에는 5.5mm로 자라다가 십대가 되면 거의 10mm정도로 늘어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시낭송을 하면 색감이 넘치며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갖게 될 것이다.
1. 음질
시낭송은 우선 음질이 맑고 아름다우면 좋다. 성악에서도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의 맑고 아름다운 음성이 있는 것처럼 시낭송에서도 적합한 음질이 필요하다. 좋은 음성이란 구슬을 굴리는 듯한 명쾌한 음성만이 아니고 개성이 있으면서 소리가 살아있으며 교양이 깊이 스며있는 음성을 말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성이라도 개성이 없는 음성은 매력이 없다. 자기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시를 잘 선택하여
낭송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거친 음성, 탁한 음성, 희미한 음성, 답답한 음성, 콧소리 음성은
시낭송을 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바르게 교정을 해야 한다.
음질은 대개 어두운 음과 밝은 음으로 분류된다.
① 어두운 음 (暗音)
입의 모양이 횡(橫:가로모양) 형으로 되었을 때 나오는 소리로써 이 때 목구멍은 좁은 수평을 이루며, 대개 슬픈 느낌. 구슬픈 느낌을 주는 음성으로 청중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② 밝은 음 (明音)
입의 모양이 원형으로 되었을 때 나오는 소리로 목구멍은 넓고 혀끝이 말려 올라가며 나오는 소리이다. 이 소리는 명랑하고 쾌활하며 청중에게 상쾌한 느낌을 주며 발음이 명확하게 들린다.
2. 음량
음량(Volume)은 곧 성량을 말하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음량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느낌을 더해주기도 한다. 성량이 풍부하면 폭넓은 시낭송을 할 수 있으므로 호흡법과 발성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3. 음폭
음폭이란 음의 넓이, 다시 말해서 음의 굵기를 말한다. 폭이 좁은 음성, 굵기가 가는 음성,
날카롭게 째진 음성으로 시낭송을 한다면 가벼워 보일 뿐만 아니라 시 분위기가 제대로 나지 않을 것이다.
Ⅲ. 음성 표현 연구
시는 말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지는 예술인만큼 이러한 특질을 더욱 섬세하게 활용해야 한다.
같은 시를 낭송하더라도 시를 낭송하는 사람에 따라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음성의 표현 방법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즉 변화 있는
음성의 고저, 강약 또는 장단, pause(포-즈<쉼>)을 잘 조절하여 표현해야 그 효과가 커지게 된다.
1. 음성의 고저(高低)
음성의 고저란 음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높고 낮음을 말한다. 음성의 고저에 대한 변화 없이
책을 읽는 것처럼 일률적으로 시낭송을 한다면 지루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게 된다.
낭송할 시에 어울리도록 높고 낮음을 조화롭게 표현하여야 할 것이다.
① 고음(高音)
고음은 시낭송자가 시 내용 가운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곳에 사용한다. 이때에는 점차 단계적으로 고조시켜 클라이맥스를 터트리면 효과가 있다. (간혹 가장 강한 클라이맥스 부분을 아주 작은 소리로 하여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거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자기 본래의 정상적인
소리로 되돌아오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한다.
② 중음 (中音)
중음이란 보통 말하는 소리보다 좀 더 큰소리이다. 중음은 저음에서 고음으로, 고음에서 저음으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음성의 중심을 이루는 음이다.
③ 저음 (低音)
저음은 주로 신뢰를 나타내는 구절, 숭고한 내용, 슬픔, 패배와 고뇌, 사죄의 문구에 사용한다. 모든 시에는 다 각기 그 나름의 어조가 있다. 시의 어조는 작품의 주제, 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어조가 다른 어조보다 반드시 좋다든가 효과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것이 작품의 전체적 흐름과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시의 어조에는 남성적, 여성적 어조가 있는가 하면 강건, 온화, 우미, 비애의 어조 또는 풍자, 해학, 냉소의 어조, 한국 전통시의 어조는 한이 서린 여성적 어조가 많다.
* 예)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신석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마세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중략)
이 작품의 어조는 호소하는 듯 나직하고 부드럽다.‘-ㅂ니다’, '-세요’‘'-ㅂ니까? 와 같은 말끝에서 느껴지는 말씨는 작품 속에서 어머님께 드리는 정겹고도 온화한 목소리를 느끼게 해 준다. 이러한 말씨에 어울려서‘저녁 해의 엷은 광선’,‘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등의 구절이 이루는 아늑한 분위기가 더욱 절실하게 살아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나지막한 호소의 말씨를 빼버린다면 아주 딱딱한 시가 되어 버릴 것이다.
2. 음성의 강약 (强弱)
시낭송을 할 때나 말을 할 때의 기본 조건은 청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음성으로 말해야 한다.
여기에는 음성의 고조. 강약 등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한다.
ⓛ강음 (强音)
강음은 환희에 찬 내용, 급박한 상황, 날카로운 내용, 예리한 공격을 할 경우에 사용하는데, 감정이 차차 고조되면 높은 음성과 함께 강한 음성이 비례되어 사용된다.
너무 자주 사용하면 시낭송의 분위기를 깨뜨릴 염려가 있으니 약음과 조화를 이루어 사용토록 한다.
* 예1) 「푸른하늘 아래」 (박두진)
2연 이리들이 으르댄다. 양떼들이 무찔린다.
이리들이 으르대며 이리가 이리로 더불어 싸운다.
살점들을 물어뗀다. 피가 흐른다. 서로 죽이며 자꾸 서로 죽는다.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싸우다가,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멸하리라
(중략)
* 예2) 「바다」 (서정주)
귀 기울여도 있는 것은 역시 바다와 나뿐. 밀려왔다
밀려가는 무수한 물결 위에 무수한 밤이 왕래하나
길은 항시 어디에나 있고, 길을 결국 아무데도 없다.
............................
4연 애비를 잊어버려
에미를 잊어버려
형제와 친척과 동무를 잊어버려,
마지막 네 계집을 잊어버려,
알라스카로 가라, 아니 아라비아로 가라, 아니 아메리카로 가라,
아니 아프리카로 가라,
아니 침몰하라. 침몰하라. 침몰하라!
(중략)
이 작품의 어조는 거칠고 격렬하다. 한 젊은이의 절망감과 미칠 것만 같은 답답한 마음이다. 그 젊은이가 무엇인가 커다란 욕구와 들끓는 젊은 정열을 가지고 있으나, 모든 것이 캄캄하게 가로막혀 있는 처지이다.
그래서 그는 ‘귀 기울여도 있는 것은 역시 바다와 나뿐’이라 하고 길은 항시 어디에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 데도 없다’고 절망적으로 외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가슴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정열은 현실의 속박을 뿌리치고 미지의 세계로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된다. 그러나 그 욕망이 이루어질 수 없는 벽에 부딪히기 때문에 그는 ‘침몰하라. 침몰하라. 침몰하라’는 파괴적 충동까지도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격렬하게 솟구치는 감정의 흐름을 차분하고 점잖은 말투로 낭송한다면 볼품없는 시낭송이 될 것이다.
② 약음 (弱音)
슬픔과 정숙, 부드러운 내용, 자연스러운 상황 등에 사용하나,
약음을 너무 오랫동안 계속하면 힘이 없어보이므로 중음과 강음을 조절해야 한다.
3. 음성의 장단(長短)
우리나라의 말에는 음의 장단 구별이 엄연히 있으므로 이것을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 일상생활의 대화는 물론 시를 낭송할 때도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낭송할 시가 정해지면 국어사전을 펴놓고 일일이 장단음을 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말의 같은 ‘장’일지라도 길게 ‘장’으로 발음하면 장(長)을 뜻하지만, 짧게 ‘장’하면 장(場)을 뜻한다. 같은 발음일지라도 길이에 따라 뜻이 다르다. 장단에 관한 내용은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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