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실향민

湖月, 2009. 11. 1. 13:01

 

 

 

 

실향민

                  안행덕



강원도 철원에서 자유롭던 나비 세 마리

유리곽에 갇힌 제 처지 잊어버리고

월남한 주인과 마주앉아 정담 나눈다.

나팔꽃 울타리 아침 기상나팔은

언제나 북쪽으로 불고

오늘도 낯익은 길 찾아 나선다

정다운 돌담장 넘겨다보고 마을 어귀 고샅길 돌며

정자나무 아래 쉬어도 보고 논둑길 밭둑 길 지나

쑥부쟁이 지천인 뒷산에 올라본다

남의 속 모르는 이웃은 실향민이라 하지만

삶의 고비마다 찾아가는 곳

골자기마다 박제된 기억 폴폴 날아오르고

유언도 없이 가버린 세월 손대지 않아도

푸스스 사그라지는데

 

눈감은 채 사향제비나비 앞세우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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