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안행덕
강원도 철원에서 자유롭던 나비 세 마리
유리곽에 갇힌 제 처지 잊어버리고
월남한 주인과 마주앉아 정담 나눈다.
나팔꽃 울타리 아침 기상나팔은
언제나 북쪽으로 불고
오늘도 낯익은 길 찾아 나선다
정다운 돌담장 넘겨다보고 마을 어귀 고샅길 돌며
정자나무 아래 쉬어도 보고 논둑길 밭둑 길 지나
쑥부쟁이 지천인 뒷산에 올라본다
남의 속 모르는 이웃은 실향민이라 하지만
삶의 고비마다 찾아가는 곳
골자기마다 박제된 기억 폴폴 날아오르고
유언도 없이 가버린 세월 손대지 않아도
푸스스 사그라지는데
눈감은 채 사향제비나비 앞세우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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