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랑의 한

湖月, 2007. 7. 16. 21:13
 

아랑의  한 / 안행덕

 

 

찬연한 고색을 자랑하는 영남 루 높은 저 누각

오백 년 서린 한을 처마 끝에 묻고

적막한 아랑 각을 휘감는 밀양강을

무심한 듯 내려다볼 뿐 말이 없어라


뜰 아래

수줍게 배시시 피어있는 배롱나무 꽃잎만

아랑 처자의 입술처럼 비죽비죽 나풀거린다.

만월이 원수로다

핏줄 같은 유모가 날 속일 줄이야

시공 겹겹 수세기를 흘렀어도

여인의 지켜야 할 덕목

정절에 목매는 순결을 모르랴

시시콜콜 넉살들 다 까먹고

처연히 흐르는 강물은 여전히 말이 없어라

 

 

 

 

 

비오는 날 영난 루에서 본 밀양강

 

20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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