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에밀레종

湖月, 2012. 3. 8. 22:42

 

에밀레종 /  안행덕



천 년 전 봉덕사를 지키던 그대

서라벌에 맺은 인연 가슴 아파하더니

천만 근 무거운 몸 어이 이끌고

신라의 뜰에 찾아왔었구나

그대 양 어깨 화려하게 수놓았던

연화좌 무릎 꿇고 공양하던

비천상(飛天像) 공양상(供養像)

모두 구름처럼 날아가고

무거운 마음만 청동으로 굳은 그대

사천왕 호위는 간곳없고

속절없는 정각이 꿈처럼 야속해도

가슴에 품었던 원한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에미야 에미야

애절하기 그지없는 저 울음

제가 토해 놓은 설움을 지장보살 뒤에서

숨죽여 듣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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