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 / 안행덕
눈바람 찬바람 가시기도 전에
시린 손 호호 불며 임 마중 나섰는가.
개나리 진달래도 망설이는 이른 봄날
생강꽃 저 혼자 흐드러지게 피었더라
푸릇푸릇 산허리 골짜기에서
봄의 전령들 희희낙낙 웃음소리에
샛노란 시새움으로
툭툭 튀는 불꽃처럼 밤새워 피워낸 꽃
거기서 까닭 모를 눈물은 왜 나는지 몰라
오르락내리락 잔돌 밭에 흐드러진 추억
도깨비처럼 불쑥불쑥 앞을 가로막고
샛노란 기억을 흔들어 보이며
생강 생강 생각을 더듬는데
짝 잃은 박동 새 울음소리에
갑자기 마른 입속으로 침이 고이던 봄날은
기억 속에 생강꽃 선명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