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깊은밤 잠못이룬 별들이
내려앉은 풀잎
그대 그리워 하도 그리워
달이 지도록 엮은 별빛연서
밤새도록 풀잎에 매달았습니다
풀잎마다 빛나는 그대 눈동자
조롱조롱 맺힌 눈물방울
어찌 이다지도 고와 나를 설레게 하는지
별빛같이 고아 가만히 만지려면
내손이 닫기전에 그대로 눈물 되어 흐르네
오뉴월 땡볕
사막을 건너는 비를 기다리며
전전긍긍 앓아눕는 풀잎
가녀린 줄기가 기진한 채 늘어지는 날
낯선 행성을 돌아 우주를 건너
여기까지 오느라 지친 너
펄펄 끓는 盛夏의 신열로 앓아
낯빛이 그리 붉어졌구나
한여름날 농부를 보채는 불볕으로
하늘에 떠있어도
들판의 곡식은 보송보송 영글고
그대는 용광로처럼 끓고 있어도
무심한듯 백일홍 꽃잎은 곱게 피어나고
오뉴월 긴 하루처럼 그림자 길다
패랭이(石竹)
풀밭에 모인 작은 처녀들
샘물 같은 웃음소리 시원하다
턱을 괴고 쪼그리고 앉아
볼우물 파네, 발그레 꽃으로 피네
패랭이 쓰고 찾아온 그대 못잊어
하늘 받쳐 들고 봉긋봉긋 부푸네
꽃잎마다 새겨넣은 패랭이 거꾸로 쓰고
낮게 낮게 지천으로 피네
분을 바른 듯 뽀얀 얼굴
연지곤지 찍어 바르고
얇은 입술에 햇살 같은 미소
꽃으로 피어나 활짝 웃네 그대
치자열매
따글따글 마른 치자 열매
고방庫房에서 잠들어있다
벌 나비 희롱하던 봄빛 닮은 수줍음
그 봄날이 그리워 꿈속에 들었나
고운 색 고운 꿈 가득 담고
고방에 매달린 등황색 열매
향주머니 풀어 놓고 하얀 꽃잎 이별하며
탄생의 비밀 숨기지 않고
향낭이 여물어 가던 날
명주비단 원앙침에 새색시 뉘어 놓고
미향에 취하여 물들어갈 꿈으로
고운빛 등황색으로 익어갔지
어쩐다지요
사랑한다 말하면
이슬이 되어
흐를까 봐
사랑한다 말하면
바람 되어
날아갈까 봐
안절부절 못하고
속으로만 안달하고 있습니다
임의 고백
별빛처럼 쏟아질 때
가슴에 담아둔 말
전하지 못하고
그냥
아직 품고 있습니다
홍시
섣달그믐 늦은 밤
어둠처럼 적막해도
<그리워 예> 한잔에
두 볼이 홍시 빛으로 익어
노을처럼 곱다
씁쓸한 소주 한 잔에
주거니 받거니 달뜬 노부부
흘러간 추억을 안주 삼아
쟁반에 담긴 홍시처럼
두볼 절로 붉게 익어간다
풍진세상 한세상 살고 보니
풋감처럼 파랗던 젊은 날은
간곳없고 꼭지가 떨어 질듯
애처롭게 매달린 홍시처럼
이승 끝자락에 대롱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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