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오래된 나무/ 안행덕
금정산 중턱 후미진 음지에
사르르 사그라진 고목 한 그루
울창한 숲에 가려진 조각 하늘을
몇백 년을 하루같이 그리워
애태우며 가슴앓이를 했을 거나
죽음을 아는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속 깊은 저 나무속
얼마나 많은 세월 목말라 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 아파했을까
푸름의 패배에 원통해서
속 썩어 문드러진, 채 점점
사라져 가는 제 속을 드려다 보며
밤새워 속 울음 울면서
사르르 사그라지고 있구나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는데
이미 내 속도 저 고목을 닮아 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