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꽃이 되고 싶어

湖月, 2012. 3. 8. 22:22

 

  꽃이 되고 싶어

 

                                                    안행덕

 

배냇골 산등성이를 숨차게 넘어와

운문호 호반을 걸어가는 허허로운

바람소리를 밟으며 거니는 가사 장삼은

노을빛으로 붉어지는데


호수 건너 산등성이는 누가 불을 놓았나

무리지어 피어나는 단풍의 환호소리

여름의 못다 한 열정 쏟아내며

골짜기를 활활 태우는구나


꽃이 되고 싶어 꽃물을 마셨는지

붉은 꽃 노랑 꽃 주황 꽃 무리지어

노을빛 받아 붉게 타고 있구나

머지않아 꽃이 될 수 없음을 알고

흐느끼며 한잎 두잎 떨어질 테지 


숨차게 달려온  묵 정 같은 빈 가슴도

저 단풍처럼 꽃이 되고파 

꽃물을 마시며 허우적거리며 살다가

황혼의 속절없음을 터득하는 날

그렇게 이렇게 이승을 하직 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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