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어
안행덕
배냇골 산등성이를 숨차게 넘어와
운문호 호반을 걸어가는 허허로운
바람소리를 밟으며 거니는 가사 장삼은
노을빛으로 붉어지는데
호수 건너 산등성이는 누가 불을 놓았나
무리지어 피어나는 단풍의 환호소리
여름의 못다 한 열정 쏟아내며
골짜기를 활활 태우는구나
꽃이 되고 싶어 꽃물을 마셨는지
붉은 꽃 노랑 꽃 주황 꽃 무리지어
노을빛 받아 붉게 타고 있구나
머지않아 꽃이 될 수 없음을 알고
흐느끼며 한잎 두잎 떨어질 테지
숨차게 달려온 묵 정 같은 빈 가슴도
저 단풍처럼 꽃이 되고파
꽃물을 마시며 허우적거리며 살다가
황혼의 속절없음을 터득하는 날
그렇게 이렇게 이승을 하직 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