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례청 [醮禮廳] / 안행덕
원삼 족두리
홍의 대례복을 보는 내 눈이 시리다
내 살점 떼어내어 이슬처럼 고이다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것을
바람 앞에 내 놓았다
무언가 먹어야 한다고
오물거리던 조그만 입
낯선 세상이 부끄러운 듯 꼭 감은 두 눈
너무 작아 밥풀 같은 발가락
정말 숨을 쉴 수 있을까 걱정했던 작은 콧구멍
네가 태어나던 날 너무 신기해
보고 또 보고
살며시 작은 손을 잡아본 내 손
따뜻함이 전류처럼 흘렀었지
어느덧 자라
어미 품을 매미 허물처럼 벗어놓고
제 짝을 맞이하는 어엿한 새 각시가 되었구나.
연지곤지 바르고
족두리가 파르르 떠는 너를 보는데
한쪽 가슴은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데
한쪽 가슴은 왜 이리 허전하고 시린지
너도 네 새끼 낳아 키워봐라
그때 에미 속을 알리라고 하시던
그리운 목소리가 귓전에서 앵앵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