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초례청 [醮禮廳] / 안행덕

湖月, 2010. 12. 25. 21:03

 

 

 

초례청 [醮禮廳] / 안행덕


                                         


원삼 족두리

홍의 대례복을 보는 내 눈이 시리다

 

내 살점 떼어내어 이슬처럼 고이다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것을

바람 앞에 내 놓았다


무언가 먹어야 한다고

오물거리던 조그만 입

낯선 세상이 부끄러운 듯 꼭 감은 두 눈

너무 작아 밥풀 같은 발가락

정말 숨을 쉴 수 있을까 걱정했던 작은 콧구멍

네가 태어나던 날 너무 신기해

보고 또 보고

살며시 작은 손을 잡아본 내 손

따뜻함이 전류처럼 흘렀었지


어느덧 자라

어미 품을 매미 허물처럼 벗어놓고

제 짝을 맞이하는 어엿한 새 각시가 되었구나.

연지곤지 바르고

족두리가 파르르 떠는 너를 보는데

한쪽 가슴은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데

한쪽 가슴은 왜 이리 허전하고 시린지 


너도 네 새끼 낳아 키워봐라

그때 에미 속을 알리라고 하시던

그리운 목소리가 귓전에서 앵앵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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