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회화나무 / 안행덕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영동할미의 심술도
천둥과 번개의 협박도 말없이 견딘 회화나무
가지를 다스리며 오래된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가슴팍과 허벅지의 상처는 경전처럼 경건하네
칠북면 영동리에 터를 잡은 지 500여 년,
동구 밖 외로운 정자로 살아도 외롭지 않은 건
나무도 오래되면 신앙이라고 지나는 길손마다 합장하지
긴긴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옹고집, 하늘도 땅도 놀라는데
천연기념물 319호 칭호가 노거수老巨樹의 고뇌를 달래주네
해마다 연노랑 나비 날개처럼 곱게 피고 지는 꽃잎마다
새겨 놓은 사랑이야기 질펀하게 떨어지면 언약도 깊어지고
동서남북 사방에 드리워진 넓은 그늘만큼
회화나무 전설도 무장 무장 커가고
꽃 진자리마다 차례대로 열리는 그리움 서럽기도 하련만
꼬투리는 말없이 잘록잘록 소원을 담아내고 있구나
회화나무 / 안행덕
신선한 그늘에 은은한 향기
귀신도 범접 못 한다는 괴목槐木
거목이 되어서 천 년을 산다는 나무
부는 바람도 온갖 풍상도
다 잠재우는 신령한 회화나무는
아픈 상처를 달래주는 명약이 되어
전설 속 도사보다 신명 하다네
매무새 상관없이 이름값 하는 나무라고
집안에 심어두면 정승이 나온다는
영화나무부터 불러보자
회화나무, 괴화나무, 홰나무,
학자수, 신령나무, 정자나무,
이름마다 감탄사 절로 나오네
허공을 이고 선 회화나무, 아득한 중심
하늘 가득 푸른 배래기 띄워두고
거목의 꿈 익어가는 8월이 오면
연노랑 나비 같은 꽃송이 날개를 접고
뜰 아래 툭 떨어져 바닥에 수를 놓네
2014년 한국문학방송 특별 앤솔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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